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고령화 처럼 반려동물들의 노령화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노령화로 인한 질병이 증가하면서, 관련 임상과 산업들은 노령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노령시대 이미 시작됐다
검진 중요성 홍보 필요성 대두 … ‘펫부머’ 시대 서비스도 다양화
2000년대 초반은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개체수도 급격히 증가한 시기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시대의 동물판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베이비부머+펫’으로 ‘펫부머’라고도 부른다.
당시 부쩍 증가한 반려동물로 인해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했고, 관련법의 정비나 제도의 보완도 일부 진행됐다.
반려동물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다 보니 반려동물들의 수명은 늘어났고 인간과 다름없이 노령화 시대를 맞게 됐다.
실제로 노령 반려동물의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해 동물병원으로의 문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일부 동물병원은 노령 반려동물 전문으로 진료를 특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사람과 같이 노령에 따른 질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져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당뇨병부터 퇴행성관절염, 심부전, 종양 등의 질병을 앓는 반려동물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반려견의 수명이 10년에서 12년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15년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고, 반면 집안에서만 주로 지내다보니 운동량은 줄고, 고열량을 섭취해 각종 질병에 노출되는 사람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애정 커지고 수의임상 발달해
노령동물들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보호자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투자가 커졌고, 수의임상의 발달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함께하다보니 정이 들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다양한 영상장비 등 진료 장비의 발달로 진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들의 수명을 더욱 증가시킨 것.
이에 더해서 노령동물들을 겨냥한 전용서비스나 제품들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의 노령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현재 사료시장에서 노령견 전용 사료는 10~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급여하던 사료를 그대로 먹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지 실제로는 더욱 많을 것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를 증명하듯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에서의 노령견 사료 매출이 지난해 보다 260%나 증가했다고 하니 반려동물 노령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노령 반려동물 검진 증가
노령동물의 증가는 동물병원의 변화도 가져왔다.
노령동물 전문병원을 표방하거나 진료를 특화시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노령동물이 많아 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실제로 A병원에서는 노령동물의 질병 검사나 건강검진 등의 진료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A병원 원장은 “노령견 등의 노령동물 진단검사 등 노령동물 진료 빈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며 “실제로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반려동물들이 노령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령동물들이 주의해야 할 질병으로는 당뇨병, 관절염, 치주염, 백내장, 각종 암 등이 있는데, 아직은 보호자들이 이러한 질병에 대한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반려동물의 노령화 시대가 이미 시작된 만큼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홍보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노령동물의 정확한 진료를 위해 각종 장비를 확충하고, 수술실을 재정비하는 등 본격적인 노령동물 시대 대비를 마친 상황이다.
노령질환 세미나도 꾸준히 증가
반려동물 관련 세미나 등 임상교육도 노령화에 맞춰 변하는 분위기다.
수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는 악성종양, 당뇨병, 관절염, 백내장, 치주염 등의 노령 질병을 포커스로 한 세미나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들 주요 노령 질병에 대한 진단 및 검사 세미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을 위한 세미나도 마찬가지다.
노령동물의 건강관리를 위한 사료 세미나나 질병 예방을 위한 세미나 등에는 참가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령견이 걸리기 쉬운 질병 중 사망원인 1위인 암과 관련된 세미나 프로그램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참가자가 증가하고 있다.
보호자 대상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B병원 관계자는 “최근 보호자들이 노령동물의 건강관리 및 노령동물이 걸릴 수 있는 질병인 치매와 암 등의 노령질환과 관련된 정보를 많이 알고자 한다”며 “관련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 확실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노령동물에 관한 각종 문의가 많다. ‘노령견 진료 잘하는 곳, 노령견 사료, 노령견 관절 문의’ 등 하루가 멀다하고 노령동물 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노령견 요양원 머지 않았다
동물병원, 세미나, 사료, 약품, 동물용 의료기기, 관련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현재 반려동물계의 화두는 ‘노령화’다.
현재는 일부에서만 노령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진단 장비 등을 구축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B동물병원 원장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노령화로 들어선지 이미 오래다”며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용품, 관련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노령 반려동물이 포커스가 될 것이며, 해외의 경우도 이미 노령동물 관련 전문 서비스들이 각광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는 노령견 간병사와 요양시설까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 등 아픈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보호자의 경우 노령견 간병사를 집으로 불러 노령견들을 대신 돌보도록 하고 있다.
노령견 요양 시설도 마찬가지다. 백내장, 치매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령견 들이 요양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두 서비스 모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고 병들면 대부분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만큼 안락사보다는 편안하게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풍토가 늘고 있다. 이미 시작된 반려동물 노령시대, 앞으로 동물병원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