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동물병원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임상수의사들이 과잉 배출되면서 전국에 동물병원은 총 3천 8백여 개를 이미 넘어섰고, 이 중 반려동물병원만 2천 7백여 개에 달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동물병원 경쟁 속에서 최악의 경기상태까지 지속되면서 오히려 신규개원은 늘어나는 현상까지 겹치고 있어 있어 임상수의사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24시간 야간진료에 수가하락까지 무리수
고가진료란 선입견 문제도 해결해야 … 동물병원만의 차별화 전략 절실
동물병원 개원가가 이처럼 포화상태가 되다 보니 동물병원 운영환경도 예전에 비해 크게 열악해졌다. 주변 동물병원과 수가를 맞추기 위해 진료 수가는 점점 하락하고, 24시간 진료하는 병원이 급증하는가 하면 인건비는 점점 상승해 병원의 순수익은 점차 줄어들고 상황이다.
대다수 병원이 24시간 운영
강남의 A 동물병원의 경우 중성화수술 수가는 20~30만 원이다. A 동물병원 주변의 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왕절개의 경우 수술비와 후처치, 사료, 캔, 영양제까지 해서 70만 원 이하로 받고 있다.
A 동물병원 주변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는 “24시간 운영에다 과도한 진료비 할인을 하고 있는 동물병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며 “특히 낮은 수가와 수가를 명시한 홍보가 접목되면 반려견 보호자가 비정상적인 수가를 관행수가로 알고 있어 사실상 올리기도 싶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강남에서 개원하고 있는 B 동물병원의 현재 월 매출은 5년 전 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들어가는 임대료, 인건비, 홍보비를 계산해보면 현재 매출로는 동물병원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홍보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키워드 검색광고 비용만 해서 수백은 기본에다 수천만 원까지 올라간다. 인터넷, 지하철 홍보, 전문 홍보담당자들에게 이 돈이 전부 들어간다.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봐도 동물병원 광고는 772건, 검색광고만 해도 21건에 달하고 있다. 검색 광고의 거의 모든 광고들이 ‘저가격’을 추구하거나 ‘24시간 진료’를 표방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하고 있는 전체 동물병원 중 대다수 병원이 24시간 진료를 하고 있다. 홍보를 줄이고 싶지만 주변 동물병원이 모두 홍보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강남 동물병원의 현실이다. 발을 빼고 싶어도 이미 뺄 수 없는 상황이다.
진료수가 점차 하락세
B 동물병원 관계자는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수의 동물을 진료하다 보니 고된 진료 환경으로 인해 수의사들과 직원들이 장시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도 다반사다”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경영 악화로 페이닥터 고용을 포기하는 병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동물병원 개원이 늘어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며 악순환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진료비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도 문제다. 대중매체와 의료계가 수의계를 사례로 들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은 반려견과 사람의 평균 진료비 비교다.
잘못된 진료비 선입견도 문제
환자들이 받는 건강보험 보조금은 무시한 채, ‘초음파 검사' 반려견 4만 3334원 VS 사람 4만 1806원’, ‘'X-선 촬영' 사람 비해 5배 높아’, ‘제왕절개 사람보다 개가 높다’ 등 반려견과 사람의 평균진료비를 비교하는 기사를 배포하거나, 의료계가 낮은 급여 수가 현실화를 정부에 주장하면서 ‘동물진료비가 사람보다 높다’는 등의 발언을 하고 있어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진료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정부가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한 이후 동물병원 마다 진료비 자율경쟁이 시작되었으나 한 지역에 과잉 포화된 동물병원과 저수가 동물병원 등 주변 여건으로 인해 출혈경쟁만 심화되고 있다.
많은 동물병원들이 진료 수준을 전체적으로 올리고 싶어 하지만, 근본적으로 진료수가가 현실화돼야만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동물병원들이 수가를 올릴 수 있는 동력을 찾기란 어렵다. 그렇다고 저수가화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자기 동물병원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