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르요 수호넨씨는 핀란드의 패션디자인 브랜드 이바나헬싱키를 창립했으며 수년 간 아트 페스티벌의 수석 프로듀서로 활동한 경험도 있는 사람으로 현재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에서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면서 패션, 디자인 및 웰빙 스타트업 기업들의 고문 및 투자자로 활약하고 있는 핀란드의 유명인사이다.
이러한 그가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바나헬싱키 한국지사 설립을 위해 한국을 여러 차례 오가던 중 한국인 사업가에게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만 중요시하고 성공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인 피르요 수호넨 혼자 쓴 책이 아니다. 모두 12장으로 이뤄진 이 책의 각 장 말미에는 해당 장을 쓸 때 작가에게 도움을 준 핀란드의 아동 복지 관련 전문가에 대한 감사의 말이 달려있다. 모두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문을 해 주었다고 한다. 작가는 아이의 웰빙 그리고 행복과 관련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아이의 웰빙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질까에 대해 12명의 전문가에게 다양한 형태로 질문하였고, 이에 대한 답변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어 책으로 엮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 책을 쓴 목적이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이들이 바쁜 삶 속에서 지나쳤을지 모르는 아이라는 작은 존재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되돌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SNS를 보면 자신의 양육법이 옳지 않았다며 죄책감에 사로잡힌 부모, 반대로 자신의 양육법만 옳다며 소리 높여 갑론을박을 벌이는 독단적 부모도 있는데, 양육의 길을 잃어버린 부모들에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이의 행복과 웰빙에 기여할 방법이 많다는 것을 작가는 알리고 싶어한다.
책의 각 장의 제목과 주요 핵심어만 보아도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어떤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칭찬, 독립된 존재, 놀이, 일상, EQ, 루틴, 경청, 책임감, 스킨십 등이 그것이다.
사실 우리는 핀란드가 기초교육, 특히 아동의 교육에 강점을 가진 나라라는 이야기는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거기서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는 엄마는 어떤 것이 궁금한 지, 실제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 지 잘 모른다. 이 책은 이것을 궁금해 하는 우리 부모들에게 핀란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작가의 견해와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시대와 문화가 다르면 교육 또한 달라지겠지만 모든 시대, 모든 부모의 마음은 그 차이보다는 공감할 부분이 훨씬 많기에 한국인에게 다르게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책의 말미에 통계 수치로 본 세계 속 핀란드를 소개하고 있는데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 항목이 수십 가지 나열되어 있다. 이 중 필자에게는 어린이에게 공정한 나라 2위, 국민의 학력이 가장 높은 나라 1위, 미래를 가장 잘 대비하는 나라, 가장 자유로운 나라 1위,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3위, 인적 자본 경쟁력 세계 2위 등이 인상적이었다. 어린이에게 공정하고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가 인적 자본 경쟁력도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