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부분의 수의대생들이 학부 재학부터 반려동물 임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실습은 물론 임상 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세부 임상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학원 진학이나 사설교육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대학원 진학률 높아져
대학 졸업 후 바로 임상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원 진학은 취업과도 연관성이 있다. 대다수가 소동물 임상으로 편중되면서 학부 졸업 후 곧바로 임상현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아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이하 수대협)가 국내 수의대생 약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전국 수의과대학 학생 총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나’라는 문항에 과반수 이상인 55.2%가 ‘그렇다’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사는 졸업 후 취업이 비교적 수월한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학부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 추세에 대해 수의사 A씨는 “오직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며 임상 경력을 쌓고, 그 과정에서 지향하는 목표를 갖고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내돈내산 교육’ 참가율 고공행진
일명 ‘내돈내산 교육’을 듣는 학부생과 임상의들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분의 사설 교육은 비싼 등록비와 별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론과 실습을 겸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 해외 유명 코스 등 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세미나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실습 강의 인기 높아
최근 주목할 만한 세미나 트렌드는 드라이랩이나 웻랩과 같은 실습 교육의 인기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주로 업체 주최로 진행되던 실습이 각종 지부 컨퍼런스와 동물병원 세미나에서도 진행하면서 조기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칼스톨츠엔도스코피코리아가 7월 3일(수)~4일(목) 개최하는 ‘소동물 흉복강경 웨비나 및 핸즈온 워크숍’은 등록 오픈 후 하루 만에 마감됐으며, 지난 5월 19일 진행된 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의 ‘제3회 3D 수술가이드 이용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도 등록 오픈과 함께 바로 20명 모집이 마감되기도 했다. 11월 4~6일 서울서 개최되는 ‘AOVET Principle Course’도 등록 오픈 5분만에 마감됐다.
수의대 커리큘럼 변화할 때
제대로 된 임상교육을 받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보다 수의과대학 커리큘럼의 변화와 개선에 달려 있다.
의과대학의 경우 본과 2학년부터 일반적으로 임상의학을 배우기 시작하고, 일부 의대의 경우 학습량 부담을 줄이고자 임상과목을 본과 1학년과 심지어 예과에서 배우도록 하고 있다. 본과 3학년 때 첫 임상 이론교육을 배우는 수의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근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의과대학은 기존 예과 2년, 본과 4년의 학제 규정을 없애고, 1년+5년, 3년+3년 또는 통합 6년제 등 자율적인 학제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의대에서도 주요 임상 분야를 입학과 동시에 경험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 수의대 교수진과 학부생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교과 중심 교육과정에서 통합교육과정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수의학교육의 혁신을 이루고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수의학교육인증평가를 비롯한 졸업역량 및 학습성과, 수의사 국가시험 등 전반적인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습은 이론강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합교육의 도입이 수월한 반면 본과 주요 교과목은 교수별 수업내용 비교는 물론 조율 작업이 복잡해 국내 수의학교육 커리큘럼의 개편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