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⑯]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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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⑯]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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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74호] 승인 2024.06.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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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역사

박신영 작가의 책은 예전에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라는 세계사 책으로 이 지면을 빌어 소개한 적이 있는데 최근 ‘역사 즐기는 법’이라는 또 다른 역사관련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해당 도서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시금 떠오른 저자의 역작 중 하나인 책이 있어 필자의 감상을 나누고자 한다. 

사실 이 책의 초판은 2013년에 나왔는데 전면적인 증, 개정을 하면서 책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필자는 2019년에 나온 증보판으로 이 책을 접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이 책을 여는 맨 첫 장에 나오는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의 북 토크에 가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면 왜 과거 유럽에선 그렇게 백마 탄 왕자들이 넘쳐났는지 알고 보니 장자에게 권력과 재산을 몰빵했던 유럽에서 그 동생 왕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영웅이 되거나 옆 나라 공주와 결혼해서 그 나라 왕이 되거나 했는데(사실 나라라고 해봐야 작은 성주 정도) 그러기 위해서는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걸 감안하면 사실 백마 탄 왕자는 별로 낭만적이지도 않고 정의로운 구원자라 보기도 어렵다. 어쩌면 왕자가 만나게 될 공주보다 더 불쌍한 사람일지도. 

작가는 이렇듯 이야기를 통해 해당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을 잘 짚어줌과 동시에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뒤 이어 나오는 26개의 다른 에피소드들 또한 우리가 대체로 익숙하게 들어본 유럽의 전래동화들인데 모두 고정된 시선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 꿰뚫어보지 못했던 것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렇다고 과거 동화를 비틀거나 흔히 유투브 영상 등으로 접하는 잔혹동화 원본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기에 자극적인 맛이 전혀 없이 담백하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되 거기에 작가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석하고 설명할 뿐이다. 

그리고 그 해석 또한 해박한 당시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이야기를 곱씹어도 아무런 이물감이나 불편감이 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명작동화들이 대체로 제국주의 시절에 그 당시 강자의 시각으로 쓰여져 있기에 우리 또한 그들의 시각에 맞춰 세상을 볼 수 밖에 없지만 그러기에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였을 때처럼 약자의 시선을 잃지 않는 것, 배고픈 고아와 추방된 마녀 이야기를 기억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사악한 거인과도 같은 현실 속의 악에 맞서는 중요한 저항이라 말한다. 

이 책은 모든 세대가 다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른에게는 동심을 돌려주고 중고생들에게는 역사와 문학을 비판적으로 보는 힘을 길러준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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