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만 보았을 땐 한국영화인지 아닌지도 몰랐으나 홍보를 위한 이런저런 매체의 영상들을 보고 한국영화인 것을 알았다. 티비나 OTT의 시리즈물과 달리 영화와는 유독 인연이 없어 보이던 이성민 배우가 주연이라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공승연 배우의 팬심으로 극장을 향했다. 2021년 개봉 예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아마도 팬데믹 때문에 창고에 쌓여있던 많은 한국영화 중 하나로 보인다.
언론에서는 주로 호러 코메디라고 하는데 필자에게는 블랙 코메디로 보였다. 오컬트적 요소도 있으며 정신 없이 웃는 영화지만 나름 뼈 때리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영화는 사실 원작이 있는 번안 작품으로 2010년에 나온 캐나다의 ‘Tucker & Dale vs. Evil’이 원작이라고 한다. 원작인 ‘Tucker & Dale vs. Evil’은 보지 못했지만 잔인하고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과 같은 슬래셔물의 클리셰를 비트는 영화라고 하는데, 핸섬가이즈는 이보다는 블랙코메디 요소가 더 많고 오컬트 장르도 일부 접목을 해서 한두 장면을 제외하면 그리 노골적으로 잔인한 장면은 없다. 작정하고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지만 않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이다.
요즘 영화들이 반전이 많다 보니 이야기 속에서 반전이 너무 반복되면 오히려 식상하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쉴 새 없이 반전의 상황이 계속 되면서도 별로 식상하지 않고 나중엔 오히려 어떤 반전이 있을까 기대하게 된다.
영화는 골프 유망주 성빈과 친구들이 외딴 시골의 낡은 주택에서 몰살당했고 그 집에 사는 용의자 두 명을 체포해 취조 중이라는 뉴스가 나오면서 6,666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이 사연이 일어나게 된 사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에서 등장인물은 모두 세 그룹의 사람들로 나뉜다. 골프 유망주 성빈(장동주)과 성빈을 좋아하는 미나(공승연)를 포함한 대학생 그룹, 전원생활을 하려고 이사 온 목수 강재필(이성민)과 박상구(이희준), 이들과 이상하게 엮이게 되는 경찰 최소장(박지환)과 남순경(이규형)이 그들인데, 신부 역의 우현과 보조출연자 일부를 빼면 이들 세 그룹의 인물들이 스크린 대부분을 차지하며 재필과 상구가 새로 구입한 낡은 집과 그 주변에서 내내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는 내내 한 장면 한 장면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 나름의 개연성과 이야기 속에서의 핍진성도 있어서 딱히 감정적 저항 없이 박장대소하기는 했다. 다만 잠깐씩 스쳐가는 장면들에서 감독이 슬쩍 흘리는 메시지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재필과 상구는 그저 외모가 좀 거칠어 보이는 사람들이고 오지랖이 넓어 어쩌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줄 수도 있는 인물들이지만 사실 그들은 딱히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경찰소장은, 그리고 대학생들은 상상을 초월한 오해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오해가 전제된 이후의 행동으로 소장과 대학생들은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른다.
공승연 배우에게 팬심섞인 시선이 가 있긴 했지만 스크린과는 인연이 없어 보였던 이성민도 이번엔 인상적이었고, 이희준 배우의 몸을 던진 연기도 좋았다. 우리에겐 장이수로 더 익숙한 박지환 배우의 마지막 열연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외 어려운 정치, 경제 사정으로 우울한 요즘, 편한 의자에 앉아 두 시간 가까이 신나게 웃을 수 있다. 관람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