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⑰] 지도 위 삼국유사(2024, 일연-표정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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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⑰] 지도 위 삼국유사(2024, 일연-표정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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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77호] 승인 2024.08.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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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읽는 우리 역사 80장면

삼국유사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고려시대 스님인 일연이 쓴 이야기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늘과 곰의 자손 단군, 고구려의 기상, 신라의 신비함, 일본의 선조 백제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알고 있는데 많은 부분이 삼국유사의 유산일 것이다. 아마 우리가 김부식의 삼국사기만 알고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건조한 고대사를 마주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지도 위 삼국유사’는 이러한 삼국유사의 주요 내용을 지리적 상징들과 함께 흥미 있게 다룬다.

책에서 다루는 지역이 우리가 직접 가볼 수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한정되어 있고, 또 다루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불국사를 비롯한 신라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경주와 그 주변지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많다. 필자는 한 때 대금을 배운 경험이 있는데 당시 동아리 명이었던 만파식적에 대한 이야기 또한 지역을 통해 소개하고 있어 이 또한 반가웠다. 

때로는 익숙한, 때로는 낯선 고대 한반도의 이야기 80가지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가 일연을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지닌 사람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아유타 출신으로 알려진 가야 왕비 허황옥과 러시아 캄차카에 유사한 탄생신화를 가진 신라 4대왕 석탈해, 신라말 49대 헌강왕 때 인물로 페르시아 인으로 추정되는 처용에 대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당시의 수용성으로, 사람과 대화하거나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는 동물의 신화에 대한 묘사에 대해서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과 동물에 대한 애정을 일연이 표현한 것으로 기술한다. 허황옥 왕비 이야기를 제외하면 석탈해나 처용이 멀리서 온 사람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접했다.

저자는 우리가 현재 선덕여왕을 중심으로 신라의 여왕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게 된 것 또한 삼국유사가 쓰여진 고려시대 당시의 여성관과는 다른 시각을 일연이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삼국유사와 달리 삼국사기에서는 선덕여왕에 대한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관과 함께 하녀 욱면 이야기와 눈먼 어머니를 봉양하는 딸, 눈먼 딸을 키우는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불교가 하층민, 특히 하층 여성에게도 동등한 사랑을 베푸는 종교임을 일연은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긴 호흡으로 글을 읽기 힘들어 하는 요즘 세대들을 위한 것인지 책의 만듦새와 편집 또한 현대인 맞춤형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제목에 써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단 먼저 지도 위에서 관련된 지명 또는 주제어를 그림과 함께 제시하고, 한 장을 넘기면 핵심 내용은 좌우 펼쳐진 두 페이지에 모두 담고 있다. 그리고 한 장을 넘기면 추가로 알면 좋을 만한 부록과도 같은 콘텐츠를 댓글처럼 달았다.

책을 받아보고 80개의 이야기니 짬짬이 한 두 꼭지씩 읽으면 한달 내로는 읽겠다 싶었는데 몰입하여 주말 이틀간 단숨에 읽었다. 여러분도 한반도 지도와 함께 일연의 일생에 대한 첫 이야기를 읽는 순간 아마도 거기서 책 읽기를 멈추긴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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