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⑰]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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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⑰]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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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79호] 승인 2024.09.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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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은 생각을 멈추는 데서 출발한다

워낙 여기저기서 호평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음향과 편집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에 극장에 들어설 때부터 여기에 집중해서 관람하고자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필자 역시 영화의 배경 음향(음악이라고 하긴 좀 곤란한 백색소음에 가까운 다양한 음향이 영화의 전개에 매우 중요하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면 전환과 함께 이뤄지는 반복되는 그러나 또 새로운 소리들은 어찌 보면 다소 거칠어 보일 수 있는 편집과 함께 왜 이 영화에 많은 평론가들이 주목하고 높이 평가하는 지 이해가 되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담장을 하나 사이에 두고 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수용소장 회스 중령과 그 가족들이 극히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자녀들조차 밖에서는 늘 총소리와 같은 무언가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 해를 입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자신과 같은 사람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용소장의 큰 아들은 아버지의 업무능력을 자랑스러워하고 아내는 수년간 남편을 내조하며 집을 가꾸고 새로운 지역에서 잘 정착하고 살고 있는 자신을 대견해 할 뿐이다. 회스 중령 아내의 어머니는 방문한 딸의 집에서 잠시 머물다 딸에게 말도 없이 떠나는데 그는 가족 중 밤에 담장 넘어 들리는 소리를 견디지 못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는 독특한 인물이 하나 짧게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바로 밤마다 독일군 보초의 눈을 피해 몰래 유태인 포로들을 위해 사과를 여기저기 갖다 놓는 폴란드 소녀이다. 그리고 이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되어 흑백으로 보여지는데 마치 다들 생각을 멈추고 모른 채 하는 현실 속에 홀로 깨어있는 빛과 같은 존재로 그리기 위해 이러한 연출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처럼 사과를 갖다 놓는다거나 악보를 몰래 배포하는 일 등은 이 소녀의 실존 인물인 알렉산드라 비스트론이라는 폴란드 여인이 당시 실제 행했던 일이라고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회스 중령은 연신 구토를 하다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내 화면은 현대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박물관으로 잠시 장면이 전환된다. 아무런 소음도 없이 고요한 박물관에서 직원들은 오픈 시간을 준비하며 청소와 정리하기에 바쁘고, 장면은 다시금 회스 중령의 시선으로 전환되며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모습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늘 떳떳해 보이던 회스 중령 또한 자신의 행동이 역겨운 것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걸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박물관을 보여준 것은 결국 그러한 악행이 역사 속에 박제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영화에서 수용소와 집을 나누는 담장은 현대사회의 방송매체 혹은 인터넷과 같다. 우리는 세상 너머 일어나는 많은 현실을 모니터를 통해 알고 있음에도 그저 내 자신이 회스 중령이 아니라는 걸로 만족하고 담장 밖과 나를 구분짓고 소소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말과 행동을 회피하며 사는 건 아닌지 감독은 우리에게 묻는다. 극장에선 내려갔지만 영화제 수상작이라 OTT 등에서 유료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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