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고 무단사용 총 787건 소비자 피해사례 급증…‘전문의’ 용어 및 표현 문제될 수 있어

최근 한 정형외과 의사가 병원 외부 간판에 서울대학교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이처럼 최근 서울대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병·의원이나 헬스케어 관련 업체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이(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대 로고 무단 사용 신고 건수는 총 787건, 업체 수는 409개로 집계됐다. 2020년 총 22건에 불과했던 무단 사용은 지난해 233건으로 10배 이상 크게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53건이 접수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일반 병·의원이나 치과와 관련된 보건업이 총 737건(94%)으로 전체의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조사 결과에는 동물병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건강식품 판매업체나 학원, 법률사무소 등이 포함됐다.
학부 졸업자만 로고 사용 가능
로고 무단 사용은 엄연한 상표권 침해 사례에 해당한다. 로고를 비롯한 서울대 상표를 사용하려면 학교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서울대는 산학협력단 내 지식재산관리본부에서 상표 사용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 상표 관리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동물병원을 포함한 동문 병·의원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상표 사용 신청서를 제출한 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물병원의 경우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한 동물병원의 대표 원장이 로고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부가 달라도 전문대학원 졸업 시 서울대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수의대는 전문대학원 제도가 없기 때문에 타학부생이 대학원을 졸업한 것만으로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
일반 기업은 서울대 상표를 사용하려면 서울대 지식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계약 체결이 필요한데, 이때 별도의 상표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서울대가 보유한 기술을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이전받아 사업화한 경우에는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한 생명공학 업체가 거래처에 판매하는 건강기능 식품 제품 박스에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표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7,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 해 수백 건 이상의 로고 무단 사용 신고가 접수되고 있지만, 대학 측의 단속만으로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 동물병원’ 법적 근거 필요해
또한 ‘○○전문 동물병원’ 또는 ‘○○전문의’ 등의 표기 사용도 주의해야 한다.
수의계는 수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아무런 근거나 기준 없이 자체적으로 2차 병원을 표방해왔고, 임상분야도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특정 질환명에 ‘전문’을 붙인 ‘○○전문 동물병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수의사는 전문의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다. 전문의란 특정 임상의 진료 수준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해당 임상전문의는 그에 걸맞은 공신력과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국내 수의사는 아직 전문의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일부 학회가 자체적으로 전문의나 인증의제도를 운영하거나 수의사 개인이 특정 임상 아시아전문의를 취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인 것은 전문적인 동물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호자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최근 수의사도 정부 차원에서 전문의제도 관련 법적 근거 마련과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TF를 출범해 관련 준비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대책에는 전문의제도 도입 방향을 비롯해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품질개선 연구용역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성 있는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과 공신력 있는 전문진료 제공을 위한 학회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국수의내과전문의위원회는 2022년 첫 한국수의내과전문의 4인을 선발했으며, 한국수의안과연구회(회장 정만복)는 2011년부터 인증의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정식 전문의 5명을 배출했다.
한국수의치과협회(회장 김춘근)는 지난 9월 7일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의치과포럼’ 웰컴 리셉션에서 한국수의치과전문의 제도 추진 배경 및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내년 초 설립전문의 기준을 공고한 후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수의치과전문의 양성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문의’ 용어 사용도 주의해야
로고 무단 사용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특히 동물병원은 동물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종인 만큼 로고는 물론이고 ‘전문’ 용어 사용에도 신중한 판단과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외적으로 인증받는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DAiCVIM)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DAiCVD)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DAiSVO) △미국수의내과전문의(DACVIM) 등은 ‘전문의’라고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수의사가 ‘강아지 안과 전문의’, ‘반려견 내과 전문의’와 같이 ‘전문의’ 용어를 사용해 광고나 홍보할 경우 수의사법 위반으로 최대 면허 효력 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