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제의 주성분인 ‘미녹시딜(Minoxidil)’이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녹시딜은 사람의 심한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현재 탈모치료제로 흔히사용되고 있는 FDA 승인 약물이다. 현재 먹는 제형과 바르는 제형 총 2가지 유형으로 처방되고 있으며, 바르는 제형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대용량 구매해 작은 용기에 소분한 후 사용하는 형태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미녹시딜의 이름과 사용되는 빈도에 비해 반려동물에서의 중독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미녹시딜은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게 기력 저하, 식욕 부진, 구토는 물론 심한 경우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바르는 제형은 피부 노출만으로도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사용과 보관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한 고양이가 미녹시딜에 노출된 후 심각한 저혈압과 저체온증 등의 중독 증상을 보여 혈액투석을 통해 치료된 사례가 SCI 저널인 Veterinary Sciences에 게재됐다.
해당 사례의 고양이는 보호자가 사용하는 미녹시딜 약병을 우연히 넘어뜨려 몸에 약물이 묻은 후부터 무기력과 식욕 부진을 보였고, 신체검사 결과 얕은 호흡과 창백한 점막, 저체온증, 빈맥 및 저혈압이 나타났다.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는 경미한 폐 침윤과 흉수(pleural effusion)가 관찰됐다.
이에 따라 미녹시딜의 피부 접촉만으로도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환자는 산소 치료, 정맥 수액, 이뇨제, 강심제 투여 등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개선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보존치료에 전혀 반응이 없어 스마트동물병원 신사본원(대표원장 이태호)에서는 중독 증상 개선을 위해 두 차례의 혈액투석 치료를 시행했다. 이후 환자는 정상 체온과 혈압을 회복했고, 11일간의 입원 치료 끝에 완전히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다.
소량의 국소 미녹시딜이 개와 고양이에서 심혈관 손상과 관련된 임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고양이에서 더 심각하고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미녹시딜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맥 수액, 혈관수축제 등의 보존적 처치 및 정맥지질유제(Lipid) 투여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본 케이스의 경우 이뇨제와 강심제 등을 사용해 심근 손상을 관리하고, 오염제거 및 혈액투석을 통해 미녹시딜 중독 증상을 치료했다. 미녹시딜은 주로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중독 발생 시 혈액투석을 통해 독성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분자량이 209.25달톤으로 낮고, 용해도 2.2mg/mL로 물에 잘 녹으며, 단백질 결합률이 낮아 혈액투석을 통해 제거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혈액투석은 미녹시딜로 인한 체액 저류를 감소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동물병원 신사본원 측에 따르면, 이번 증례보고는 미녹시딜 중독 치료에 혈액투석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로 앞으로 갑작스러운 기력 저하나 구토, 저혈압 등의 증상으로 내원한 유사한 상황의 치료 시 중요한 참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운찬(혈액투석/신장 비뇨기센터) 센터장은 “보호자들은 사람의 탈모약이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전문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면서 “이번 논문을 계기로 수의학에서 체외대체치료의 활용성 및 다양한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추가적인 연구와 논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