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⑲] 서브스턴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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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⑲] 서브스턴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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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87호] 승인 2025.01.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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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최근에 본 여성이 주연인 영화 두 편은 모두 다 만족스러웠다. 션 베이커 감독이 만든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도 그렇고,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제작과 각본까지 담당한 이 영화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나 마가렛 퀄리가 그렇다. 아마도 다음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데미 무어나 마이키 매디슨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기대를 해본다. 

영화 제목인 서브스턴스, substance는 물질, 내용, 알맹이 등의 뜻이 있는데, 물질적으로 질량 측정이 가능한 자연의 요소를 말하기도 하고, 실속을 의미하는 알맹이의 의미도 있으며, 소위 종교에서 영혼에 대비되는 의미의 물질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제목은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담았다고 생각한다. 

감독과 주연 두 명 모두가 여성인 이 영화는 다분히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전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인데,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남성은 나이 순으로 게걸스런 권력자, 엉큼한 위선자, 난폭하고 젊은 욕망의 스테레오타입을 보여준다. 사실 페미니즘 외에도 이 영화의 장르를 규정해 본다면 공포영화에 가깝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 공포는 귀신이나 낯선 이 그런 게 아니고, 바로 ‘노화’라고 하는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현재는 TV의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그나마 셀레브리티로서의 이름값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이젠 그만두어야 하는 신세이다. 이 장면에선 이 역할을 맡은 데미 무어뿐만 아니라 과거 영화배우로서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에어로빅 비디오로 대박을 쳤던 제인 폰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엘리자베스는 교통사고 후 한 젊은 남자 간호사의 제안으로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추천받고 그 약물을 통해 젊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가 수로 바뀐 것이 아닌 엘리자베스로부터 수가 분열되어 나오는 방식을 영화는 택한다. 수와 엘리자베스는 둘이 아닌 하나이며, 일주일씩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지만 동시에 깨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한 수는 엘리자베스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피조물이다. 욕망을 참지 못해 일주일이란 시간을 어겨가며 젊은 날을 연장한 수에 대한 대가는 엘리자베스가 대신 치르며 자신의 욕망을 수에게 양보하고 은둔한 엘리자베스는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음식쓰레기로 어질러진 집안을 치우는 것은 수의 몫이다. 서브스턴스를 제공한 알 수 없는 존재는 수와 엘리자베스에게 끊임없이 너희는 하나라 경고하며(Remember, you are one), 서브스턴스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할 권리는 수가 아닌 엘리자베스에게 있음 또한 반복해서 알려준다. 

이렇듯 영화의 메시지는 섬뜩하다. 중년을 지나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되니 사람은 참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그렇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데, 영화는 엘리자베스와 수라는 두 인물을 통해 대놓고 묻는다. 노화를 받아들이며 생애주기에 맞는 인생을 즐길 것인지, 지나간 젊은 시절을 잊지 못하고 노화를 혐오하며 살 것인지. 영화의 끔찍한 결말은 그 질문에 대한 답 또한 충격적인 방식으로 알려준다. 한 때 모두의 뮤즈였지만 전신 성형과 연하남과의 결혼으로 욕망의 극단이란 불필요한 비난을 받기도 했던 데미 무어의 온 몸을 던진 연기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게 성사된 데이트를 준비하면서 화장과 옷 매무새를 수도 없이 바꾸다 망가져가는 장면은 데미 무어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대하게 하는 이 영화의 백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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