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바람은 칼날처럼 차가워지고, 하늘은 자주 흐리며, 거리에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며 한겨울을 지나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 속에서 진료실 창 너머로 보이는 길고양이를 바라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 작은 몸짓이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모습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고양이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이 겨울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어쩌면 그 작은 생명은 이번 겨울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길고양이는 도심 곳곳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갑니다. 그들은 우리의 눈을 피해 거리에서 조용히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겪는 고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특히 더욱 힘겨울 것입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길고양이는 몸을 움츠리고, 차가운 땅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추위는 분명 그들에게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더욱 가혹해지고, 굶주림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허덕이는 그들의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길고양이들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그들은 길고양이일 뿐, 우리가 그들의 삶을 돌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고통은 단순히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길고양이들은 여러 가지 질병과 위험에 노출된 채 매일매일 생존을 위해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들은 야생에서 살면서 각종 기생충이나 세균,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됩니다. 특히 추운 겨울, 길고양이들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습니다. 질병이 생겨도 치료를 받지 못해 점점 상태는 악화됩니다. 악화된 상처는 결국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추위는 길고양이에게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매지만 그런 곳은 거의 없습니다. 겨울에 길고양이가 겪는 어려움은 단지 음식과 쉼터가 부족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생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길고양이를 바라볼 때 그들의 생명이 단순한 거리의 동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서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길고양이들도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생을 이어가는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것이 아닙니다. 따뜻한 손길, 하루 한 끼의 음식, 그리고 잠시라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비록 모든 길고양이를 도울 수는 없지만, 저도 가끔씩 병원 근처에 나타나는 고양이에게 조금의 음식을 내밀며 제 나름대로의 위안을 찾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도 따뜻함이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길고양이를 마주할 때마다 저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때로 치료하기 힘든 아이들을 볼 때는 힘겨울 때도 있지만 거친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 겨울도 길고양이들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 무사히 견뎌내길 바라며, 제가 그들에게 전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을 고민해 봅니다. 그들의 존재가 우리의 삶 속에서도 따뜻하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