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병원 선택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후기는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 중 하나다. 이러한 후기를 잘못된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다른 병원을 비방하며 갈등을 초래하는 일부 동물병원으로 인해 동물병원 간의 과도한 경쟁이 새로운 법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약 취소 등 실질적 피해 입어
반려동물 카페나 커뮤니티의 규모가 커지면서 보호자들 사이에서 동물병원에 대한 정보 교환은 이미 활성화된 문화다. 특히 특정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 선택에 있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의 의견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동물병원 관계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병원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타 병원을 비방하는 글을 남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연수경찰서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A동물병원 원장의 배우자 B씨와 원장의 여동생 C씨는 지난해 8월 한 반려동물 보호자 커뮤니티에서 ‘슬개골 수술 병원 문의ㅠㅠ’ 제목의 게시글에 각각 ‘OO(D동물병원의 초성)는 최근 문제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인천에 외과동물병원 찾고 있는데 OO는 별로라고 들었어요’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두 댓글 모두 D동물병원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고 초성으로 언급했지만, 게시글 작성자가 진료받길 원하는 분야를 특정했으며, 지역별 동물병원 검색이 가능해 초성을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D병원임을 알 수 있다.
해당 댓글을 확인한 D동물병원 관계자들이 곧바로 닉네임 및 각종 정보 검색을 통해 댓글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했으나 댓글 작성 시기에 실제 수술 상담을 예약한 보호자가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등 실질적 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병원 특정되지만 비방 인정할 수 없어
이에 D동물병원은 B씨와 C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그러나 인천연수경찰서는 지난해 11월 불송치 결정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도 올해 2월 불기소를 통지했다.
인천연수경찰서 측은 정보통신망 명예훼손과 특정성 및 비방의 목적과 관련해 “D동물병원은 전국에 1곳만 있기에 고소인 병원의 특정성은 인정되나 피의자가 쓴 내용은 ‘마취하다 이슈가 있다’, ‘충격이 크다’라는 일회성 글이 전부로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단순히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으로 허위사실의 유포와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의자들이 작성한 댓글이 고소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 다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비방 목적이 있다거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B씨와 C씨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D동물병원 원장은 “동물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호자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동물병원을 홍보하는 것은 같은 수의사로서 이해는 되지만 이런 식으로 법의 제재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다른 동물병원을 비방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댓글 작성자는 한 명일지라도 그 댓글을 보는 사람은 수백, 수천 명 그 이상이다. 피의자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서 앞으로 이런 식의 네거티브 마케팅을 시도하려는 동물병원이 많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A동물병원 측은 바빠서 연락이 힘들다는 이유로 본지의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공정한 경쟁 문화 정착돼야
결국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는 동물병원 간의 도 넘은 경쟁과 마케팅이 법적으로 제대로 규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적 대응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도 피해 동물병원들이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댓글 작성자 역시 익명성과 증거 부족을 이유로 법적 처벌을 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동물병원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내에서의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 더불어 동물병원들 역시 보호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식의 마케팅을 통해 공정한 경쟁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수의계 전체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