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의 이빨이 부러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이빨의 파절편이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부러진 이빨이 덜렁거리고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파절은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다. 많은 보호자는 아이의 임상 증상(입 주변을 만질 때 아파하거나 잘 씹던 사료를 씹지 않고 삼키는 등)이나 이빨에 보이는 빨간색 신경 노출을 통해 치아파절을 인지하게 된다.
수의 치과학에선 겉으로 신경이 드러난 치아파절을 ‘완전 파절’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선택은 단순하다. ‘뽑거나 살리거나’. 소중한 이빨을 살리기로 결심했다면 신경치료가 필수적이다.
흔히 신경치료를 신경을 되살리는 치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완전하게 신경을 죽이는 치료이다. 신경치료 후 레진이나 크라운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문제는 겉으로 신경이 드러나지 않은 치아파절과 불완전 파절이다. 신경이 노출되지 않았기에 임상 증상도 거의 없고, 보호자가 파절을 알아채기도 매우 어렵다. 실제로 불완전 파절은 스케일링을 진행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빨 관리에 온 힘을 다하는 극소수의 보호자만이 미리 눈치챌 수 있다.
치아파절로 노출된 상아질(Dentin)을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숭숭 뚫린 구멍을 관찰할 수 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상아세관(Dentin Tubule)이란 구멍인데, 이 구멍은 신경 내부까지 연결돼 있다. 문제는 상아세관의 지름보다 세균의 크기가 작아서 노출된 구멍을 통해 언제든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부러진 이빨을 신경이 노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뒀다간 십중팔구 치수염이나 치근단 농양으로 발전하는 이유다.
이렇듯 신경이 노출되지 않은 불완전 파절 또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의 치료 방법은 치아 X-ray를 통해 확인한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치수 끝까지 감염이 일어난 경우 완전 파절의 경우와 같이 신경치료 후 레진과 크라운이 추천된다. 만약 신경이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라면 파절 부위가 얼마나 신경과 가까이 있는지 등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 치과에서도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MTA(Mineral Trioxide Aggregate)를 통해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생활치수치료(Vital Pulp Therapy)도 가능한 옵션이다. MTA는 신경을 완전히 죽이지 않고 살리면서 치료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물질이다.
단, 생활치수치료는 파절된 지 얼마 안 된 이빨에만 가능하며, 파절된 지 한참이 지났다면 적용이 어렵다. 비록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며 이빨을 살려내는 신개념 치료법이 존재하지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은 아니며, 보호자가 얼마나 빨리 치아파절을 발견했느냐에 따라 치료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보호자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아이에게 쏟느냐에 따라 살릴 수 있는 이빨을 포기해야 하기도 하고, 도저히 살리기 어려운 이빨도 살려낼 수 있다. 동물치과를 하며 늘 느끼는 점이지만 어쩌면 동물의 이빨을 살려내는 건 수의사가 아닌 보호자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