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는 산업,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녹아들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국내 수의 임상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SK텔레콤은 2022년 수의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를 출시해 수의계에 가장 먼저 AI 활용 시작을 알렸으며, 에이아이포펫(대표 허은아)은 지난 3월 수의사 전용 어플 ‘TTcare Vet(이하 티티케어벳)’을 정식으로 론칭해 AI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AI 서비스들이 출시되면서 수의 임상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AI 활발하게 사용
AI는 다양한 의료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인의 분야의 경우 코스닥에 상장한 한국기업 VUNO에서 2021년 출시한 입원환자의 24시간 이내 심정지 예측 솔루션 ‘DeepCARS’가 우수한 성능을 입증받아 국내 100여 곳의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유승찬(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에서 ‘Y-KNOT 프로젝트’를 소개, 생성형 AI를 통해 작성된 차트 초안을 사용한 결과, 의료진의 차트 작성시간이 80.6초에서 37.3초로 단축됐으며, 시간에 지남에 따라 workload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코소프트는 방사선치료 전문 AI 소프트웨어를 개발, 방사선치료 필수과정인 컨투어를 AI가 도와 많은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수술실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는데, 삼성병원 외과실은 복강경 영상을 학습시킨 AI가 수술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인테리어도 AI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맞춤 인테리어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Meshed는 공실이나 공간을 자신의 콘셉트로 바꿔보는 것은 물론 부분 변경 및 기기 배치 등 인테리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적용해 볼 수 있는 AI 기술을 제공한다. 또 업체 내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API나 웹페이지 형태로도 제공할 수 있으며, 서비스 팀결제로도 사용 가능하다.
해외 수의계의 경우 △AI assist △커뮤니케이션 △진단 △E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진단 분야는 엑스레이 진단 보조솔루션 ‘VETOLOGY’ 등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EMR에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한 시스템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수의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펫테크 스타트업의 투자와 M&A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인의에서는 의사들과 공학자들이 협업해 수많은 AI를 개발해 실증받고 있다.
반면 국내 수의계는 AI에 대한 관심도에 비해 활성화가 더딘 편이다. 현재 국내 수의계에서 이름을 알린 AI는 ‘엑스칼리버’와 ‘티티케어 벳’ 정도로 다른 업계에 비해 제공되는 AI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 표준화 후 임상효능 높여야
국내 수의계에서 AI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의임상용어 체계 및 데이터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인의의 경우에는 SNOMED-CT, LONIC, RxNorm 등 국제 표준으로 사용되는 임상용어 체계가 잡혀있지만 수의계는 국제 표준 개발과 적용이 아직 미흡하다.
이영희(서울대) 교수는 “수의임상용어 체계 및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져야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성이 높아지며, 데이터의 공유와 통합이 쉬워져 다양한 기관의 공동연구 활성화 및 임상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용어 표준화를 하는 이유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위한 것으로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필수적이다. 라벨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같은 진단이라도 다른 샘플로 분류될 수 있어 표준화된 용어를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작업이 준비된다면 AI 서비스의 임상 효능을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김종엽(건양대) 교수는 “의사는 치료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효능이 있는 서비스와 장비들만 살아 남았다. 수의계도 마찬가지로 AI 서비스의 임상 효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당 작업에는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의사들이 AI 서비스 개발에 직접 참여해야 서비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의사 직접 AI 컨트롤 해야
AI 도입에 두려움을 느끼는 수의사들도 있다. 이들은 ‘AI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많은 연구와 보고서는 수의사와 같은 의료전문직의 AI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분류하고 있다.
허찬(에스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AI를 활용하고 개발하는 수의사로서 수의사라는 직업이 AI로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야에 AI가 도입되는 만큼 수의사들이 개발, 윤리, 규제 등을 주도해야 하며, 인재 육성 및 다양한 협업을 통해 AI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AI의 적극적인 활용을 독려했다.
이어 “AI는 기존의 기술 발전보다 더 큰 양극화를 만들어낼 것이어서 AI의 주도권을 수의사가 갖지 못하고 시장에 맡긴다면 동물병원, 수의사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수의사들이 주도해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AI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AI의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종엽 교수는 “영상 시스템은 학습 데이터만 구축된다면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 특히 수의계는 1차 동물병원이 많은 만큼 영상관련 AI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의 활성화는 수의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익숙하지 않아서’, ‘변화가 두려워서’라는 이유로 AI의 도입을 외면한다면 국내 수의계 시장은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AI는 수의사가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이며, 수의사의 전문성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디지털 파트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