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정의했던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몇 해 전에 서울에 왔을 때 “한국은 특별히 위험한 사회”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자기가 알고 있고 자기가 경험한 사회 중에서 가장 위험한 사회 중 하나가 한국 사회라고 엄중히 지적한다.
아울러 벡 교수는 지금 상태가 그대로 가면 위험사회가 재앙사회로 갈 수 있다고 우리사회에 경종의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재앙사회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전 국민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이 우리의 문제인지 자성이 절실할 때 인 것이다.
벡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세월호 참사 이상 더 위험사회를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통해 우리 수의 의료계의 현실을 자가 진단해 보고, 자성의 기회를 가짐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좀 더 발전적이고 건강한 수의 의료계의 모습을 구축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과연 우리 수의 의료업계에는 기업윤리나 직업윤리 의식이 얼마나 정착되어 있는지 함께 자문해 보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세월호의 가장 큰 문제는 청해진이라는 한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과정 속에서 그 기업이 추구해야 할 기업윤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기업 총수의 과도한 성취야욕 내면에는 직업윤리가 존재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윤리는 오간데 없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정치권과 권력자들을 매수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가 수많은 우리의 꽃다운 어린 생명들을 차디찬 바닷물에 수장시켜 버리고, 그들의 부모와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울분과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 참혹하고도 엄청난 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국에서 우리도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직업을 가진 수의사로서, 또한 동물병원이라는 사업장을 경영하는 기업가로서 얼마나 직업윤리나 기업윤리에 대해 늘 의식하며 분명한 소명의식과 올바른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지금이야 말로 본인을 비롯한 모든 수의사들이 자기 스스로를 돌아볼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최근에 수의 의료계 일각에서는 중성화센터 및 진료수가 덤핑 문제 등 몇몇 개념 없는 수의사들의 시장교란 행위로 주변 동물병원들의 우려와 수의업계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되는 것일까? 임상을 하는 수의사로서 이 문제를 함께 면밀히 진단 분석해보고자 한다.
진료수가를 주변 동료 병원들 보다 대폭 인하 책정하여 동물병원을 경영하는 원장님들의 의식 속에는 과연 신성한 생명을 다루는 수의사로서 생명윤리나 기업가로서의 기업윤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지 냉정하게 묻고 싶다.
물론 자유시장 경제구조 속에서 나름 소신을 가지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리면서 대폭 저렴한 가격으로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는 나름의 설득력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비교도 할 수 없는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직업이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는 주체의 동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서울시수의사회 동반성장위원회
김승길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