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베버와 뒤르켐’이 공통적으로 주장한 것처럼 실질적인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공간이며, 지금의 시장은 거대자본의 영향 하에 자기조절능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IMF 경제 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중소기업 및 영세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기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주된 사업 분야로 삼아왔던 대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프랜차이즈 사업과 대형마트, SSM에 앞 다투어 뛰어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 골목상권을 텃밭으로 살아가던 영세상인들은 자신들의 먹고 살 길이 막혔다고 원망하며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과연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은 왜,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온 것인지 우리 수의 의료계의 상황을 살펴보고,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 수의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임상 환경은 어떠한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특히 골목상권까지 치고 들어오는 24시간 대형병원의 난립에 대한 대책이 지금으로선 전무한 상황에서 앞으로 거대자본을 등에 업고, 무분별하게 공략해오는 대형화 추세의 위협 앞에 그 누구도 여유롭고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에서 작년에 외국계 자본과 국내 거대자본의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 제한을 통한 수의계 진입을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참으로 천만 다행의 사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1~2인 소형 동물병원에게 더 위협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작용하는 것은 우리 동네에 침투해 있는 24시간 대형 동물병원이라는 ‘맘모스’ 같은 존재일 것이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제조업 82개 업종을 선정해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정부 권고사항에서 법적 효력이 있는 규정으로 변하였다.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상생법이라 불리며, 유통법과 함께 규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가장 중요한 조항은 5장 제 32조로써 ‘중소기업 영세업자는 대기업에 의해 경영에 피해를 입을 경우 중소기업 중앙회에 사업조정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지금 당장에 법안 마련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우리 수의 의료업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거대 자본과 고급 인력이 동원된 시스템을 갖춘 24시간 대형병원과 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던 소규모 병원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두 병원 간에 상생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형병원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의 초래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고, 존립의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수의사회 동반성장위원회 김승길 위원장